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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 그렇게 (기러기) 아버지가 된다

by 슬몃 2020. 9. 13.

식스센스라는 영화가 있다. 옛날 영화이지만 정말 재미있는 영화이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나는 식스센스의 영혼들을 공감하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 문을 열면 큰아들이 "아빠~" 하면 뛰어나오는 것 같다. 실제로 존재감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실제로 내 눈앞에서 뛰어드는 큰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오랜만에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무려 한 시간 동안 했다. 이쯤 되면 분명히 큰 아들이나 작은 아들이 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분명히 반드시 들리는 그 소리가 안 들린다. 이불에 누웠다. 좁게만 느껴져야 하는 침대가 허하다. 손을 뻗으면 큰 아들을 안던가 아내가 안겨야 한다. 하지만 손에 닿는 것이 없다. 분명 내 옆에 누워 있다. 하지만 내 손에 닿는 것은 하나도 없다. 소파, 주방, 침대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

난 집에 와서 잠이 들기까지 한마디도 못 했다. 난 집에 와서 잠이 들기까지 한마디도 못 했다. 정말 온기가 느껴진다. 나는 느낄 수 있다. 식스센스의 꼬마 아이가 말했다. 그들은 자기가 죽은지도 모른다고, 혼자 말 걸고 말을 한다고. 내가 식스센스의 영혼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난 말을 걸 사람도 없고, 걸어 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나는 가족을 느끼지만 내 옆에 분명히 없다는 사실을 안다. '아! 이게 고독이구나.' 싶었다.

창문 멀리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들려온다. 집안이 너무 고요하니 이런 소리가 들린다. 결혼하면서 아내와 이야기한 것이 있다. 나는 절대 기러기 아빠는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족이 떨어져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난 아이들이 유학이나 가야 기러기 아빠가 되는 줄 알았다. 우리 집이 아이들과 아내를 보호자로 외국에 보낼 만큼 여유가 없는 점이 다행이라고 웃으며 생각했었다. 경제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난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6개월 된 작은 아이와 5살 큰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아내. 한참 뛰어다니고 싶어 하는 큰아들. 회사 일로 너무나 바쁜 나. 코로나 2단계는 선포는 아내의 노고를 덜어주고 싶었고, 큰아들이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은 내 마음으로 가족을 처가로 보냈다. 잠시만 떨어져 있자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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