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벌써 이렇게 큰 것도 아직 이렇게 작은 것도 아니었다.내 눈높이에 따라 아이가 달라보기기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갈 일이 사라졌다. 덕분에 네명의 가족이 집안에서 옹기종기 붙어 있다. 아직 큰 아들도 어리고, 둘째가 태어난진 얼마 되지 않았다. 둘째를 안고 달래며 첫째도 돌보고 있다. 세삼스레 둘째는 너무나 작아 보이고 첫째는 너무나 커보였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모르는 사이에 (아니 모를 수 없는 사이에) 첫째가 생각보다 많이 컸다. 내 앉은 키 보다 녀석은 선 키가 더 커졌으니 많이도 컸다. 이제 하는 놀이도 아이에서 남자 어린이 처럼 보인다. 코로나와 육아로 집에 붙어있는 내내 “녀석 많이 컸네~” 가 습관 처럼 나오는 듯 했다.
"유하야~ 동생한테 그러면 안되요."
"유하야~ 동생 자야 하닌깐 조용히 좀 하고."
"유하야~ 장난감들 얼른 치우고."
"유하야~ 치카치 할 때, 장난 치면 안되지!"
... (동생이 태어나 집에 온 후, 잔소리를 하도 많이 하게 되어, 그 잔소리를 다 쓰려면 한참 써야하는데 이쯤에서 줄인다. )
형이라고 치켜세워 주기도 하지만, 이름만 불러도 주눅이 들까 걱정하면서도 이제 형인데, 이제 5살인데, 어느새 저렇게 많이 컸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생각하며 잔소리를 많이 했다.
코로나 때문에 집밖에 나갈 일이 사라졌다 해도, 아이들의 넘치는 체력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집에서 몸놀이를 해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집돌이 아들녀석도 집안에만 있긴 힘들어 보인다. 코로나로 가장 힘든 점도 이것이다. 때문에 아들녀석과 사람이 있는 곳을 피해 산책을 다녀오곤 한다. 길가 의자가 있으면 미리 싸간 간식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다.
산책이라 대부분 나란히 걷지만, 가끔은 뛰어가는 뒷모습을 볼 때도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건물과 함께 본 아들은 너무나도 작다. 아직 많이 작구나. 아직 애네. 하는 생각에 아직은 더 귀여운 모습으로 지낼 날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어깨가 무거워 진다. 더 멀리 뛰어가 더 작아지기 전에 아들녀석을 불러세운다.
아직 이렇게 작은 아이인데, 내게 잠시 커 보인다고 많은 것을 기대했던게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작아진 아이를 보며, 자기 몸 크기에 비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간 잘 참아준 내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그리고 고마웠다.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자”라는 말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 눈높이로 아이에게 많은 기대를 하거나 아직 어리다고 낮게 평가하는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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