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많은 아이가 되길 바랬다. 어떤 질문이든 친절하게 답하려고 노력했다. 등원이 급한 아침에도 답을 했다. 침대에 누워 잠들기 직전에도 답을 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할 것이다. 질문이 닫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닫힌 문의 비상구가 되어 줄 것이다.
육아 교육 유튜브 영상을 봤다. "질문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답을 해준다. 질문이 길어지면 적당히 마무리 하고 싶어 진다. 질문하는 날들이 이어지면 귀찮아진다." 고민이었다. 부모는 아이의 질문이 기특해서 처음엔 답을 잘해준다. 같거나 비슷한 질문이 계속되면 지루해진다. 힘이 든다. 아이가 하는 질문 수준도 낮다. 더 지루하게 느껴진다. 아이를 위해 내가 버티는 게 답일까?
우리는 질문이 많은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이유는 호기심이 많길 바란다. 오래 유지 되길 바란다. 세상은 호기심을 참지 못 한다. 귀찮은 것을 싫어한다. 그냥 따르길 바란다. 나는 우리 아이가 그냥 따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기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 방법이 호기심이라고 믿는다. 역시 아이를 위해 내가 참는 게 답일까?
다음 물음이 생기는 답을 해줘야 한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다. 낚시 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상향식 방식과 [[하향식 방식]]이 있을 것 같다.
"아빠 텐트(난방텐트)에 달려 있는 게 뭐예요?"
"아~ 가습기야.", "가습기가 뭐에요?"
"유하가 봤을 때, 가습기는 어땠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안개 같은 게 나오지? 나오는 거 봤어?"
"아 그거 봤어요. 비 같은 게 막 나와요."
"그래, 비 같은 게 나오지"
"평소에 엄마 손 어때?"
"거칠 거칠 해요."
"그래 거칠지. 엄마가 너희들 챙기다 보니 손이 많이 거칠어졌지."
"근데 엄마가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거나, 손 씻고 나오면 엄마 손이 어때?"
"촉촉해요."
"맞아. 손을 물에 씻으닌깐 촉촉해지지."
"가을 겨울이 되면 건조해져 그럼 거칠 거칠 해져. 지난번에 수목원 낙엽 보러 갔던 거 기억나? 낙엽 많이 봤었잖아."
"네. 거칠거칠했어요."
"맞아. 가을에서 겨울로 가면 물기가 없어져서 거칠 거칠 해져."
"그럼 여름엔 어때? 여름에 나뭇잎이 거칠 거려?"
"아뇨 말랑 했어요."
"맞아 말랑 했지. 물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그래."
"그런데 왜 가습기에서 물이 나와요?"
"겨울엔 물기가 없어서 거칠해지잖아. 텐트 안에 가습기에서 비 같은 안개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촉촉 해질 것 같아요."
"맞아. 공기가 촉촉 해지는 거야."
실제로 아이가 한 말 보다 많이 줄였다. 답을 한 이후에 그날의 다른 이야기도 죽 늘어 논다. 혼자 신나게 이야기를 한다. 나는 내가 할 일들을 한다. 아이가 할 말이 끝나길 기다린다. 답을 빨리 하고 끝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들어주면서 기다린다. 이렇게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아이가 대상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본다. 아이랑 이야기하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때가 많다. 나는 가습기 기능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아이는 가습기의 디자인을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준비했던 방향과 다르다.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 했던 것을 내려놓는다.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한다. 아이는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아이는 가습기 하나가 여러가지로 신기 하다. 다행이 이번엔 내가 준비 한 것이 맞았다. 아이 수준에서 관찰 되는 것을 이야기 한다. 내가 본 안개를 너도 봤니? 이 정도 공감에서 시작하면 됐다.
아이와 함께 경험한 일을 떠올리며 설명한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법이다. 아이와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 같이 경험한 일로 설명을 하면 이해가 더 빠르다. 그래서 더욱 아이와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한다. ) 여기서도 하나씩 쪼개서 간단한 설명을 한다. 이해했는지 물으며 다음 질문을 하고 기다린다. 이렇게 계속 꼬리잡기를 한다.
무엇보다 천천히 길게 설명해야 한다. 아이 관점에서 나온 질문을 시작으로 이야기한다. 한 번에 정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가 정말 궁금한 점은 가습기의 작동 원리 일 수도 있다. 나는 아이가 작동원리보다는 호기심을 푸는 과정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하며 옛 경험을 떠올리고 추억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텐트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게 뭐예요?"에서 시작했다. "가습기야."로 끝나지 않았다. 아이와 추억을 떠올리며 경험을 떠올리며 현상을 관찰했다. 식사 시간에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무엇 보다 "아빠 우리 다음에 또 가습기 이야기해요."라고 하며 식사를 즐겁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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