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발견이다. 한글 공부를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바로 “빙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빙고다. 하지만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좀 더 어울리는 그런 방법이다.
기상이 빨라졌다
나는 요즘 새벽에 일어나 할 일을 하고 있다. 블로그 글도 그렇고 다른 집안일, 업무들도 새벽에 일어나서 하고 있다. 아침에 엄마 아빠가 옆에 없어 그런지 큰 아이도 예전 보다 일찍 일어난다.
침실에서 나와 엄마 아빠가 있는 곳으로 온다. 부신 눈을 비비며 엄마 아빠가 뭘 하나 지켜본다. 뭔가 흥미 있는 모습으로 보이진 않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볼 땐, 기사 옆에 뜬 광고를 보며 이게 뭐 에요? 하면서 궁금해했다. 엄마 아빠가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낮에 휴대폰으로 보는 그것과는 다르다고 느낀 것 같다. 쪼르륵 자기 방으로 가서 학습지를 편다.
웅진 씽크빅 한글
아직 혼자서 학습지를 하기엔 어리다. (사실 이것도 얼마전에 "📙아이들을 놀게 하라"를 보고 알았다.) 지난번 처럼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게 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빠랑 같이 할까?”
아직 더 세련된 말을 찾지 못했다. 당분간 이 말을 쓰게 될 것 같다.
아빠랑 얼마나 더 하고 싶을까
역시나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고 있다. 글씨를 쓰는 일이 본능을 억제하고 이성적인 모양을 그려내고 숙달하는 과정이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우리가 운동을 할 때 그렇다. 나 스스로 맞다고 느낀 그 자세로 한다. 자세 코치를 받으면 영 어색하다. 몸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다. 예전 자세보다 덜거덕 거리는 것 같다. 예전 보다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다. 아무튼 이상하고 어색하고 힘이 든다.
한글 공부를 하는 모습이 역시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엉성하고 불편해 보인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숨을 들이 마시고 입술을 땠다. 핫! 잠깐 참아본다. 나오던 숨은 아이가 들리지 않게 느리고 긴 숨으로 내쉬었다.
“요건 잘 썼네.”, “이건 쪼~끔 아쉽다.”, “이건 전혀 못 알아보겠어~”
평가를 했다. 이런 방법으로 얼마나 갈까? 아빠랑 얼마나 더 하고 싶을까?
빙고!
아이랑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는 없을까? 고민됐다. 빙고가 떠올랐다. 예전에 아이가 숫자를 배우기 시작했던 때였다. 25칸을 하기엔 숫자가 너무 어려웠다. 일단 9칸 (1~9)으로 빙고를 시작했다. 3줄을 채우면 빙고 하기로 했다. 선은 삐뚤삐뚤 했지만 숫자도 잘 채워 넣었다. 왠지 연필 끝이 야무져 보였다. (아직은 내가 쉽게 이길 수 있지만) 아슬아슬하게 졌다. 역시 승리는 언제나 즐겁다. 환하게 웃으며 또 하자고 한다. 그 후로도 한참 빙고 게임을 했다.
같은 글자를 반복해서 쓴다. 어떤 글자는 이게 잘 썼다. 또 어떤 글자는 저게 잘 썼다. 네모 칸이 있다. 모습이 빙고 같아 보였다.
“유하야! 이거 빙고 게임 하고 비슷해 보인다. 우리 이걸로 빙고 해볼까?”
“네! 좋아요!!”
우렁찬 답에 나도 왠지 설렌다.
글자를 다 쓰고 채점에 들어갔다. 아빠가 체크를 해줄까 말까 기대하며 손가락을 꼬물 거린다. “이것도 체크해 주세요~”, “이건 ‘ㅓ’가 아니라 ‘+’로 보이는데~” 심판과 선수의 시비가 엇갈린다. 체크가 될 때 마다 “오~오~오!” 빙고가 완성되면 “예!!” 소리를 지른다.
판정이 끝났다. 유하가 몇개의 빙고를 기대 했는지 모르겠다. 엄마한테 웃으며 자랑을 한다. 기뻐 보였다.
게이미피케이션? 놀이로
사실 빙고를 하든 안 하든 채점하는 건 같다. 잘 된 글자를 체크한다. 단어를 다 잘 썼으면 빙고라고 한다. 물론 빙고는 개수를 다 채우고 하는 말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빙고를 받기위해 필요한 것만 이야기해준다. “다른 사람이 볼 때도 읽을 수 있어야 해.” 아이는 신나서 게임을 시작한다. 크게도 써본다. 글자에 거침이 없다. 작게도 써본다. 작게 쓰니 신중 해진다. 한 획, 한 획. 적당한 크기로도 써본다. 자음과 모음도 붙지 않게 써본다.
게임 결과도 만족스럽다. 내 게임 결과는 “즐거웠다” 다. 사실 한글 공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한글을 그렸고 + 빙고 게임을 했다”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글자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목표를 정했고, 충실히 해냈다. 스스로 여러가지 시도해봤다. 즐겁게 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방법 - 갤럭시 워치, 애플 워치 (2) | 2022.10.05 |
---|---|
새벽기상과 마감 (1) | 2022.09.19 |
글자 참 희안하게 쓰네 (한글 공부) (0) | 2022.05.30 |
물이 얼마나 있을까? - 기대와 지지 (0) | 2022.05.18 |
아이의 질문이 즐거워 지는 방법 (0) | 2022.03.25 |
댓글